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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생활3

2020년. 오랜만의 일기. 도쿄사람 다 됐네. 금요일 아침 도쿄 프랜차이즈 카페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백발의 노인이 대부분이다. 출근 시간에 쫒기는 나와 같은 회사원들은 자연스럽게 테이크아웃의 대행에 합류하여 자신의 주문 번호가 불리기를 기다린다. 손에 꼭 붙들고 있는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누군가 그 좁은 틈을 비집고 지나갈 때면 열린 코트 자락이 행여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닐까 연신 옷매무새를 살피는 것도 잊지 않는다. 오늘은 기다리는 동안 잠시 의자에 앉아 아침 카페의 풍경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구경했다. 악보 노트에 음표를 쓱쓱 그리는 중절모를 쓴 할아버지, 연노란색 머플러를 두르고 무언가의 공부에 심취한 아저씨, 아침 9시 50분부터 혼자 팬케잌을 자르는 할머니. 그러고보니 어제 퇴근길에 전철 옆 자리의 할머니가 .. 2020. 1. 26.
도쿄 사람이 되다 - 동경 생활 (음식) 적응기 나리타 공항에서 엄마를 배웅하고 돌아온 날, 입사도 하기 전인데 회식 자리에 불려가서 미리 사람들과 인사도 나누고 처음보는 희한한 비주얼의 치킨도 먹고. 주말은 혼자 집 주변을 어슬렁 거리다가 중화요리점에 가서 히야시츄카(冷し中華)도 먹었다. 왠지 중국분들이 하는 것 같았는데, 한국에서 먹던 맛이랑은 살짝 달랐다. 더 시원하고 달달한 맛을 원했는데 여기는 시큼한 맛이 강했다. 이게 정통의 맛인가? 하나로는 부족해서 샤오룽바오도 하나 주문했다. 일요일 아침은 호텔 델루나 보면서 간단하게 감자 샐러드 샌드위치와 야채 샐러드. 편의점에서 파는 샐러드는 드레싱이 들어 있는 것과, 드레싱을 따로 구매해야하는 것, 두 종류가 있다. 드레싱을 사지 않았지만 꽤 먹을만 했어... 쇼핑을 하고 싶었는데 옷은 실패하고 유.. 2019. 9. 17.
이별, 고마운 사람들, 그리고 동경에서의 새로운 시작 한여름 밤의 꿈같은 짧은 시간이 지나고 가족, 친구, 그리고 모국과의 이별의 날이 다가왔다. 전날 밤에는 마지막으로 레오와 산책을 했다. 짧았던 시간 동안 이 녀석을 향한 애정은 넘쳐났는데 부지런하지 못한 성격 탓에 마음껏 놀아주진 못했었다. 아쉬운 마음에 마당 바위에 걸터앉아 몇 번이고 레오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이별을 아는지 모르는지 녀석은 천진한 그 눈으로 나에게 놀아달라며 흙 묻은 손을 어깨 위에 턱 턱 걸치고는 했다. 내가 일본으로 간다는 소식을 들은 친구들이 먼 곳에서 택배를 보내왔다. 대기업 식품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친구는 자기 회사의 소스와 라면 등등을 아이스박스로 한가득 담아 보내주었다. 이 친구 역시 올해부터는 해외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데, 본인 일로도 바쁠 텐데 굳이 잊지 않고 .. 2019.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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