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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Diary

일기

by Kyolee. 2021.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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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동료가 입사 한달 째이지만 아직 어려운 게 많다며, 하필 중대 프로젝트가 많은 이 시기에 들어온 건 타이밍이 좋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aws의 베테랑이자 경력이 긴 매니저였지만 오늘은 조금 피곤한 기색이었다. 나는 그에게, “걱정마, 곧 이 일에 익숙해질거야” 하고 말했다.
문득 1년전, 우리 회사의 인프라를 대부분 구축했던 코어 엔지니어가 모국으로 돌아가게 되었던 악몽이 떠올랐다. 그 때 나는 내 전담 인사담당자 였던 사토 씨에게 “지식전수가 원활하지 못해서 걱정이에요. 아무래도 내가 입사한 타이밍이 좋지 않은가봐요.” 하고 말했었다. 사토 씨는 걱정이라고는 전혀 없는 밝은 목소리로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요, 곧 익숙해 질거에요.” 하고 나를 격려했다.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잘 해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것에 대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래서 당시에는 사토 씨의 상냥한 목소리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오늘은 내가 알리에게 똑같이 그런 말을 하게 되었다.
우리는 일 얘기가 아닌 잡담을 좀 더 나누었는데, 언제까지 도쿄에 살 계획이냐는 질문에 알리는 “아마도 평생”이라고 말했다. 나는, “가능한 최대한 많은 나라에서 살아보고 싶어!” 하고 답했다. 그는 “당연하지, 그건 정말 멋진 일일거야” 하고 답했다. 나는 이어서 “원래는 캐나다나 싱가포르로 가고싶었어. 하지만 지금의 회사에 오고 나서… 아마 나에게 이보다 더 좋은 회사는 없을 거란 생각이 들더라구.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일본에 계속 살거나, 유럽으로 가야하겠지. 회사를 떠나고 싶은 마음이 없기 때문이야.” 내 대답에 알리는 매우 설레는 목소리로 “나도 1년뒤에 너와 같은 생각이 들면 좋겠다” 하고 말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서포트하던 미국 보험회사에서, 유럽의 보험회사로 오게된 알리의 성공적인 온보딩을 바라며. 아무것도 모르던 비전공자에서 존경하는 팀원과 매니저 덕분에 200%의 능력을 끄집어 내고 있는 데브옵스 엔지니어가 된 나의 첫번째 레벨 업 승진을 자축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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