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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Diary

210617 자기 전에 쓰는 일기

by Kyolee. 2021.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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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이 참 정신없이 지나가고 있다. 어느새 내가 현 직장으로 이직을 한 지 11개월째다. 짧다면 짧은 기간이었지만 정말 소중한 것들을 많이 배운 시간이다.
글로벌 기업의 특성상 그런 것도 있겠지만 현직장에서는 무엇보다 “차별”을 금기시한다. 인종, 국적, 성별, 종교, 장애 유무 뿐 아니라 성정체성에 대한 자유도 인정한다. 사내 모델을 할 정도로 매력적인 외모에 스마트하게 일처리를 하던, 그룹 본사인 유럽의 한 국가에서 일본으로 트레이닝을 왔던 동료가 거리낌없이 커밍아웃을 했을 때, 처음에는 매우 놀랐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금새 우리들 개개인의 차이는, 회사라는 공간 속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자아 실현을 하는 데 차별의 이유가 될 수 없다는 것에 깊이 공감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남녀차별이 꽤 큰 이슈인데다 나역시 직장생활을 하며 억울한 일과 희롱을 당한 적이 많았었다. 하지만 현 직장에서는 단 한번도 내가 여자라서 다른 대우를 받는다고 느낀 적이 없다. 물론 “레이디 퍼스트” 습관을 아시아에 와서도 버리지 못한 동료들이 항상 좋은 자리를 양보한다던가, 사양을 해도 기어코 우선권을 나에게 준다든가 하는 적은 있었지만.
회사는 코로나로 인해 자율 재택근무를 실시하는 기간동안 내가 한국의 집에서 일할 수 있도록 기꺼이 허락을 해줬다. 그렇게, 일본 취업 후 일본에서 근무한 시간보다 한국에서 근무한 시간이 더 길어지는 (?) 아이러니한 상황이 되긴 했지만 나는 내 사랑하는 가족, 그리고 강아지들과 그 어느때보다 편안하고 안전한 환경 속에서 생활하는 중이므로 삶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와 행복지수는 만점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가끔 예전에 다녔던 직장이 떠오른다. 일주일짜리 여름휴가에 주말은 포함되지 않으니 주말에 하게 될 팀 워크샵에 강제로 참여하라고 으름장을 놓던 윗사람들이 무서워, 주말에만 쉴 수 있는 부모님과 여행 한 번 가지 못하고 울면서 직장이 있던 지역으로 돌아가야했던 기억. 지금은 물론 그때와 정반대다. 휴가를 쓸 때 타인의 눈치를 보며 어디를 가는지 보고해야만 했던 나는, 이제는 휴가를 쓴 사람의 소중한 개인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신경을 쓰는 동료가 되었다. 스트레스도 없고 아플 일이 거의 없지만 가끔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자유롭게 휴식을 취한다. 하루에 6시간이상 근무를 하면 어쩔 수 없이 다른 날에는 쉬어야 한다. 대체 휴일이 쌓이기 때문에 바쁠 때 조금 무리를 하더라도 나중에 충분한 휴식이 보장된다.
요즘 가장 감사한 일은 좋은 동료들을 만났다는 것이다. 얼마전, 내가 어떤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아서 난처하다고 미팅 때 얘기한 것을 듣고 또 다른 동료가 먼저 도와주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알고보니 기술적인 배경지식이 나보다 훨씬 많은 경력자였는데, 처음 회사에 입사 후 어려워하던 내용들을 내가 잘 설명해준 것들이 고마워서 꼭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 나는 기억도 나지 않는 일들인데 그런 것들을 잊지 않고 연락을 해 준것도, 자기의 일처럼 나서서 도와준 것도 너무너무 고마웠다. 그치, 이런 게 회사지.
그동안 더 많은 일화들이 있었는데 오늘은 피곤해서 이만 자야겠다. 내일은 금요일이니까, 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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