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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일상/도쿄생활

벌써 그리운 한국

by Kyolee. 2019.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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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 7일 전. 잠시의 시간도 허투루 쓰지 않는 부지런한 엄마는, 아빠가 가게를 잠시 봐 준다는 말에 외갓집에 다녀오자며 나를 재촉했다. 솜씨 좋은 할머니의 장도 얻어 올 겸, 출국 전 인사를 할겸 부랴부랴 차를 타고 외갓집으로 향했다. 때마침 근처에 사는 사촌언니도 퇴근을 했다길래, 오랜만에 할머니, 사촌언니, 엄마, 그리고 내가 만났다.

 

 

구미에 있는 '외할머니가' 라는 식당에서의 저녁 한 끼. '저희 오늘 외할머니 모시고 외식 왔어요' 하는 말에 친절한 점원이 웃음과 함께 맞이해준다. 가격대비 양도 푸짐하고 맛도 좋아서 외할머니도 만족스러워했다. 더 미리 자주 모시고 왔으면 좋았을 걸. 떠나기 직전에서야 그런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구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사촌언니가 근처에 멋진 카페가 생겼다고 했는데, 엄마와 할머니는 무슨 커피를 이 밤에 몇 천원씩이나 주고 마시냐며 괜히 피곤한 티를 낸다. 모처럼이니까 한 번 가보자며, 엄마랑 할머니를 뒷자석에 모시고는 언니의 설명을 따라 Vienna coffee house 라는 이름의 카페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조용한 곳에 별장처럼 자리잡은 멋스러운 카페.

 

 

교외에 있는 카페 답게 가게 내부가 넓은 데 비해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이름대로 비엔나 커피를 메인으로 하고 있지만, 비엔나 커피 중에서도 종류가 너무 많아 나 같은 결정장애가 오면 최소 30분은 걸릴 듯한... 

 

 

그렇게 메뉴판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카페인에 약한 나는 할머니와 함께 마실 복숭아 요거트를 주문하고,

 

 

엄마는 따뜻한 비엔나 라떼를 시켰다. 이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엄마는 비엔나 라떼의 매력에 홀딱 반해버려서, 몇 번이고 '이 커피 맛있네' 하며 감탄을 했었다. 

 

 

사촌언니가 주문한 것은 모카 라떼 였던가.

 

할머니의 딸들과, 그 딸들의 딸들. 이렇게 세 모녀가 오순도순 즐거운 밤을 보냈던 날. 

일본에 와서 괜히 뒤늦은 일기를 쓰니 어딘가 마음 한 켠에 꾹꾹 눌러놓았던 그리움 같은 것들이 스멀스멀 삐져나오는 것 같아서 한참동안 엄마랑 페이스톡을 했다. 

가족들이 너무너무 그립고 보고싶은 금요일 밤. 도쿄의 아라카와 구에서 쓰는 지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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