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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상/한국생활

[경북/상주] 나의 사랑하는 네발 친구, 오레오 이야기 - 첫 만남

by Kyolee. 2019.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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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17일. 막 이사를 온 우리 집에 새 식구가 생겼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름이 없었던 보더콜리 한 마리, 어릴 때부터 동물을 좋아했던 아빠는 (엄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우연히 '개 좀 데려가슈' 라는 지인의 말 한마디에 녀석을 데려왔다. 어찌나 온순한지 한밤 중에 나타난 초면의 나를 보고 짖지도 않은 채,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에 마냥 좋다며 꼬리를 펄럭거렸다. 

 

 

제대로 된 개 집조차 하나 없는 (아직 사람이 사는 집도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집의 처마 아래에서 낯선 밤을 보낸 요 녀석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한쪽은 까맣고 한쪽은 하얗다. 몸통은 전체적으로 검은 털이 뒤덮고 있는데 다리와 꼬리의 끝부분은 또 하얗다. 까만 털과 하얀 털이 묘하게 어우러졌으니 '까맣고 하얀 오레오 쿠키' 를 닮았다고 해서 '오레오' 라고 부르기로 했다. 두 글자로 부르는 이름이 부르기에도 듣기에도 좋을 것 같아 줄여서는 '레오' 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부모님의 이사가 완전히 끝나기도 전에 자취 생활을 끝내고 귀향한 나의 짐으로 인해 새 집은 여전히 정리가 되지 않은 채로 어지러운 상태였는데, 어느 날은 레오가 그만 집을 짓다 남은 황토 포대자루를 물어뜯고 온 몸에 황토 칠을 하고 말았다. 신발을 어지럽히는 것은 기본이고.

 

 

잘못한 개는 말이 없다. 황토 칠을 제 몸에 묻히는 것도 모자라 멋지게 지어 놓은 새 한옥집의 벽에 황토 칠을 해 버려 엄마의 미움을 사고만 레오. 

 

 

어느 날, 개를 키우는 친구가 우리 집에 방문했다. 사람을 워낙 좋아하는 지라, 다정한 손길로 쓰다듬는 친구의 앞에서 레오는 꼬리를 흔드는 것으로도 모자라 배를 까뒤집고 잔뜩 재롱을 부렸다. 천방지축인 데다 아무 말도 못 알아듣는 줄 알았는데, 웬걸 개를 좀 다룰 줄 아는 친구 앞에서 '손' 훈련도 척척 해냈다. 못 하는 게 아니라 가르치지 않아서 그랬던 거구나.

 

 

날씨가 선선하고 좋다는 것은 분명, 개와 산책을 하라는 하늘의 뜻이다. 집을 나서자마자 펼쳐지는 논길에서는 풀내음이 바람을 타고 코끝을 간지럽히는데 레오는 뭐가 그리 좋은지 풀잎 마다마다 코를 박고 킁킁거린다. 눈과 마음이 절로 정화되는 하늘과 산과 논밭의 경치를 핸드폰 카메라에 담으려는 순간 내 앞으로 성큼 다가와 눈을 마주친 레오. 사람에게 인생 샷이 있다면 레오의 견생 샷은 아마 이 사진이 아닐까? 내 눈과 마음을 정화시켰던 그 날의 경치는 레오가 더해지면서 더욱 아름다운 풍경이 되었다.

 

오레오 이야기 -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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