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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맛/오사카・교토

[교토] 쿄요리 전문점, 기요미즈데라 신파치(信八)

by Kyolee. 2018.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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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할 곳은 기요미즈데라(清水寺, 청수사)에서 산넨자카와 니넨자카를 따라 걷다 우연히 발견한 교토 쿄요리(京料理)[각주:1] 전문점인 신파치(信八) 는 곳이다. 교토(京都)는 경(京)이라는 이름에서 알수 있듯이 메이지유신 때 수도를 도쿄로 옮기기 전까지 약 1200년간 황궁이 자리잡았던 옛 수도로서 오랜 세월을 천황의 수라간으로 불리었던 곳이다. 덕분에 실력있는 요리사들이 각지에서 모여 일본 고유의 전통 요리중 하나인 쿄요리를 탄생시켰고 여러 세대에 걸쳐 전해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 곳을 방문하기 전까지만 해도 쿄요리에 대한 지식은 전무했다. 여행의 마지막날이니 우연히 발견할 식당에서 밥을 먹기로 했는데 아라비카 커피를 마시며 히가시오오지도오리(東大路通)를 향해 걷던 중 정통 쿄요리 전문점인 신파치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아마 신파치를 발견해서 들어가지 못했다면 영영 쿄요리를 먹어보지 못했을 테니 이번 여행은 정말로 운이 좋았던 것 같다. 

 

 

가게 안에는 청수사의 사진 외에 요리 대회에서 받은 듯한 수상장도 눈에 띈다. 천장에는 이름모를 전통 모형물과 같은 장식들도 보여 어딘지 모르게 '제대로 왔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그 분위기에 압도당해서일까, '今、できますか’ (이마 데키마스까, 지금 (주문해도) 되겠습니까?) 하고 질문한 뒤 쭈뼛쭈뼛 서 있는 우리에게 마스터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메뉴판을 내밀었다. 어딘지 심야식당 같은 느낌이 나지않냐며 호들갑을 떠는 우리를 신경쓰지 않는 듯 시종일관 요리에만 집중하는 마스터는, 알고보니 쇼와 46년 (1971년)에 자격을 취득한 요리경력 40여년의 장인이다. 

 

 

조금 이른 점심 시간대라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요리를 준비하는 장인의 모습을 담아보았다.

 

신파치의 초밥 정식 세트
신파치의 초밥 정식 세트

 

 

 

쿄요리는 계절 메뉴를 조림과 무침 등 다양한 방법을 이용하여 재료 자체의 담백한 맛에 비중을 두는 것이 특징이다. 자칫 조미료의 맛이 적어서 심심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재료 본연의 깊고 정갈한 맛이 느껴져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미각 하나를 깨우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회를 못 먹는 일행이 주문한 소바 정식. 쿄요리의 핵심 요소 중 하나는 육수인 '다시'라고 하는데, 감칠맛과 재철 식재료가 잘 어우러져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짧지만 인상깊었던 교토의 여행을 끝내고 귀국을 위해 오사카 칸사이 공항으로 향했다. 정신없이 칼 라운지를 지나치고 스모킹 라운지에 앉아 이번 여행의 기억들을 더듬는다. 첫 교토 여행이자, 오래전부터 함께 여행을 하고 싶었던 친구와 시간을 맞춰 다녀올 수 있어서 더욱 뜻깊은 여행이었다. 언젠가는 겨울이 아닌 다른 계절의 교토를 느끼기를 희망하며. 

 

더불어, 천년의 역사와 전통으로 물든 고도, 가장 전통적인 일본의 맛이라고 불리우는 쿄요리를 먹고 싶은 분들에게 신파치(信八)를 추천하고 싶다. 여행의 마지막 날, 우연히 마주한 식당에서 교토의 전통적인 분위기를 그대로 입안에 넣은 것 같은 만족감을 느꼈던 곳이니까.

 

 

  1. 교토(京都)에서 시작된 전통 요리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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