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하면 가장 떠오르는 곳은 바로 기요미즈데라(清水寺)가 아닐까 싶다.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사찰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되어 있는 기요미즈데라는 연간 방문하는 관광객 수만 400여만명을 넘는다고 한다. 기요미즈데라(清水寺)를 한자 그대로 읽으면 '청수사'인데, 이는 교토 동쪽에서 흐르는 맑은 물의 폭포로부터 그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고 한다. 2017년 2월부터는 지붕 수리 공사로 인해 본당 전체를 가리게 되었는데, 운이 좋게도 수리 직전인 1월 31일에 기요미즈데라를 방문할 수 있었다.
구글 지도가 알려주길, 우리가 머무른 교토 렌 호스텔에서 기요미즈데라는 도보로 약 22분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먼 산에는 언 눈이 희끗희끗 보이지만 그리 춥지 않은 날씨라 천천히 걸어서 기요미즈데라까지 가보기로 했다.
오르막길에서 마주한 로손 편의점. 주변의 전통적인 분위기와 조화를 이루려는 듯 간판의 모습이 마치 흰 종이에 먹으로 쓰여진 검은 글씨를 나타낸 것처럼 보인다.
오르막 끝에 다다르면 가장 먼저 니오우몬(仁王門, 인왕문)이라고 하는 입구의 주홍색 문이 눈에 들어온다.
계절에 따라 풍기는 멋이 다른 기요미즈데라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서, 겨울에는 눈 내린 풍경의 사진이 그려져있다. 봄에는 벚꽃으로 둘러싸인 풍경이 그려져 있다고 하니 새삼 봄에도 다시 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인파를 따라 기요미즈데라의 내부를 걷다 보면 엔무스비의 신(縁結びの神)이라는 간판이 쓰여진 작은 신사 하나가 보이는데, 결연 또는 연분을 관장하는 신을 모시는 곳이다.
신사의 재미는 뭐니뭐니해도 오미쿠지! 때마침 새해이고 운세를 볼 겸 하나씩 뽑기로 했다. 친구의 올해 운은 '대길(大吉)' 최상의 사랑과 장래의 행복이 기다리고 있다는 좋은 말들이 가득 적혀 있었다. 여행운 또한 좋다고 하니 마지막 날임에도 불구하고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사진에 보이는 곳은 바로 기요미즈대라의 무대(舞台)이다. 독특한 점은 앞으로 튀어나와있는 본당이 백여개의 느티나무 기둥에 의해 유지되고 있으며 여기에 못은 일절 사용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때문에 2007년에는 세계 7대의 불가사의 후보 중에 하나로도 올랐다고 한다. 앞으로 2020년까지는 보완을 위한 수리를 진행하기 때문에 본당 전체가 가려지게 된다고 하니, 실물로 볼 수 있었던 것이 행운이라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다.
이 곳에서는 교토 시내를 훤히 내려다 볼 수 있다. 멀리 교토 타워가 보인다.
기요미즈데라는 봄에는 벚꽃, 가을에는 단풍과 어우러진 절경이 유명하다고 하는데 겨울 나무 사이로 비치는 모습도 나름대로 멋있게 느껴졌다.
이 물줄기는 왼쪽부터 차례로 학문, 연애,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좋은 기운을 받고 소원을 빌자는 마음으로 차례를 기다렸다가 한 모금씩 마시고 내려왔다.
기요미즈데라를 나온 후에는 산네이자카(産寧坂로 산넨자카라고도 불림)를 따라 걸었다. 여느 절 주변이 그러하듯 전통 찻집이나 기념품 가게들이 즐비해있는 모습이다. 상점들마저 전통적인 가옥으로 지어졌다는 것 또한 교토의 일본다움을 잘 나타내주는 것 같다.
전통을 지키는 사람들과 그 전통을 간직하고 싶은 사람들의 사이에서.
가장 일본다운 곳, 교토. 산넨자카와 니넨자카의 맛집과 카페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이어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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