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의 우동맛집 야마모토 멘조우(山元麺蔵)에서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근처에 위치한 헤이안신궁( 平安神宮)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헤이안 신궁이 중요 문화재로 지정된 것은 2010년으로 그리 오래 되지는 않았다. 계획없이 들른 곳이라 신궁 안까지는 입장하지 않았지만, 정원은 무료로 개방되어 있기 때문에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느긋이 신궁의 정원을 산책했다.
교토에 오기 전 오사카에서 샀던 한텐(半纏)의 화려한 문양이 돋보인다. 1
신궁으로 향하는 참배길의 빨간 대형 도리이(오오토리이, 大鳥居)가 멀리서도 한 눈에 들어오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높이가 무려 24.2m에 달한다고 한다.
대형 도리이와 한텐을 입은 친구의 뒷 모습으로 교토스러운 사진도 하나 남기고.
바람직한 여행의 정석은 언제나 적절한 휴식과 후식을 취하는 법. 일본에 갈 때마다 실천하는 나의 버킷 리스트인 '시즌 한정 메뉴 마시기'를 위해 가와라마치 산조오하시( 三条大橋, 산조대교)점의 스타벅스로 향했다.
교토에는 많은 스타벅스가 있지만, 산조대교점을 선택한 이유는 강가의 운치있는 풍경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유유히 흐르는 구름과 강,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 교복을 입고 강둑에 앉은 여학생들.
멀리서 긴가민가 했던 스타벅스의 간판이 산조대교 위를 절반 이상 건너고 나서야 보이기 시작한다.
시즌 한정 메뉴인 '화이트 휩 복숭아 프라푸치노' 를 주문하기 위해 한국에서 열심히 일본어 메뉴를 외워온 우리들. 그러나 아쉽게도 인기가 많은 메뉴라 조기 품절이 되어버린 상황이었다.
울며 겨자먹기로 또다른 시즌 한정메뉴인 화이트 쵸코라티 바나나 프라푸치노 (ホワイトチョコラティバナナフラペチーノ)와 쵸코라티 바나나 코코아 프라푸치노(チョコラティバナナフラペチーノ)를 주문했다. 일본에서는 '프라푸치노'가 '후라페치-노' 이기 때문에 발음에 주의하지 않으면 주문이 어려울 수도 있다.
기대했던 복숭아 맛은 아니지만, 달달한 바나나와 쵸코라티가 만나 어마무시한 달콤함을 선사하는 맛이었다. 비록 친구가 열심히 외워왔던 메뉴를 주문하지는 못했지만, 일본에서 시즌한정 메뉴를 마시는 것은 언제나 색다른 매력이 있다. 이 계절, 이 공간이 아니면 다시는 못 마시는 특별한 기분이랄까.
저녁이 되어 호스텔로 돌아와 편의점에서 사 온 간단한 안주와 함께 겨울 한정으로 나온 메론과 딸기맛 호로요이를 마시면서 하루를 정리한다. 특히 딸기맛은 정말 달콤하고 맛있어서 계절에 한정시키지 말고 계속 생산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렌 호스텔의 휴게실에서. 교토에서의 이튿날도 그렇게 저물어 갔다.
- 기모노의 일종으로 일본의 전통적인 겨울 방한복.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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