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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일상/도쿄생활

인생은 시험의 연속. 일본 IT 엔지니어의 전직 후 시험 준비.

by Kyolee. 2020.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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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보험 일반과정 시험(生命保険一般課程試験) 일본에서 시험 치기.

 

일본에서 전직을 하고 그 과정을 제대로 정리하고 싶었지만, 게으른 탓에 아직도 제대로 된 정리를 하지 못했다. 

어쨋든 무사히(?) 전직에 성공했고, 현재는 8월 1일 (입사일은 8월 3일 월요일) 입사를 앞두고 리프레쉬 겸 자율학습 시간을 갖고 있다. 일본에서의 외국계 기업 전직 과정은 다음에 차차 정리하기로 하고, 오늘은 단순히 일상을 기록해볼까. 

 

오랜만에 구글메일에 알람이 오길래 확인했더니 입사 예정인 기업에서 온 메일이었다. 이번에 내가 이직을 하게 된 회사는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생명보험회사로, 앞으로 내가 시스템 엔지니어로서 맡게 될 업무는 회계시스템의 개발이 주를 이룬다.

독특한 점은 'Agile Platform (애자일 플랫폼)' 을 채택해서 사용 한다는 점이다. 애자일 플랫폼은 software technology tool로서 전통적인 개발 프로세스 (폭포수 모델 또는 계획 기반 개발)들이 탄탄한 계획을 바탕으로 순차적으로 개발을 한다는 점과는 달리 짧은 주기로 반복적으로 개발을 하는 방식이다. 즉, 개발 팀이 프로젝트의 방향을 몇 주마다 검토하고, 동시에 버그를 수정하고, 피드백에 따라 필요한 점을 보완하고, 다시 개발을 진행하는 점진적이고 경험적인 방법론이다. 나는 이러한 애자일 플랫폼 방식이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함으로써 효율적으로 개발을 할 수 있게 한다는 사실에 깊게 공감하여 현재의 회사에 적극적으로 지원하게 되었다.

 

그런데, 지속적인 피드백이란 곧 개발자가 단순히 개발만 잘 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의 현 상황을 명확히 파악하면서 동시에 비즈니스 파트의 담당자들과도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한다. (나는 면접 때, 비록 IT 비전공자라 전문성이 완벽하지 않을 수는 있으나, 다양한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아자일 플랫폼을 채택하는 귀사에게 꼭 필요한 인재가 될 것이라는 것을 중점적으로 어필했었다.) 여기서 말하는 소통 능력은 언어 뿐 아니라 경영 관리, 회계 관리를 하는 사람들과 케미스트리가 맞는지, 비즈니스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엔지니어인지를 포함한 개념이라 생각한다. 이 말은 다시 말해서, 앞으로 회사에서의 나의 책임이 단순히 개발을 하는 엔지니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을 대상으로 한 보험, 자산관리, 회계 시스템에 관한 경제적이고 기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서론이 참 길어졌는데, 회사에서 온 메일은 신입사원의 경우 필수로 '생명보험 일반과정 시험(生命保険一般課程試験)'을 쳐야한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보험 판매 영업직도 아닌데 왜? 라고 의문을 가졌으나, 앞으로 내가 일 할 회사는 애자일 플랫폼의 스크럼 방식을 채택한 회사이고, 엔지니어직이라 할지라도 생명보험의 기초적인 지식이 요구된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이내 수긍하게 되었다. 하지만 메일 아래에 추가적으로 써 있는 메세지가 나를 고민에 빠지게 한다. 

 

'일본어의 테스트가 곤란한 외국인의 사원에게는 면제가 인정됩니다, 테스트 자료를 참고하고 수험의 가능 여부를 회신해주세요' 

 

고작 일본생활 11개월차인 나에게 법령이나 조항 등 어려운 한자가 난무하는 생명 보험 관련 시험이라니 생각해보니 당연히 어려울 수 밖에 없는 시험이다. 참고 자료를 읽어보니 왠걸, 시험에 관한 설명서를 읽는데서부터 머리가 아프기 시작한다. 어렵다고 해야하나...? 결국 답장을 6시간이나 지나서 보내고 말았다. 

 

수험을 치르고 싶으니 '수험 가능'으로 부탁드립니다!  

 

한국인의 근성을 보여줘야지. 패기있게 도전하기로 했다. 세 번의 면접과 네 단계의 테스트도 통과한 내가 아닌가. 외국인에게는 면제가 되는 시험이지만 포기하는 건 '내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일본인 보다는 부족합니다' 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더더욱 도전해야만 한다. 서른 한 살의 객기인가. 그래도 입사 전까지 나에게 넘치는 것은 시간이고, 그놈의 코로나 때문에 어디로 맘 편히 여행도 못 가는 요즘이니... 공부를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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