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에서의 이튿날 아침이 밝았다. 전날 밤 시끌벅적했던 호스텔 1층 Bar는 아침이 되니 단정한 카페로 변신해 있었다.
카페로 변신한 호스텔의 1층에서 크로아상과 애플 파이, 바닐라 라떼 두잔을 주문하고 오늘의 목적지인 은각사로 떠날 준비를 했다.
긴카쿠치 미치 (銀閣寺道, 은각사길) 정류소에서 내려 은각사를 향해 걷다보면 잘 정돈된 수로와 함께 '철학의 길'이라는 오솔길이 나타난다. 이 곳에서 교토학파 철학자인 니시다 키타로우(西田幾多郎, 1870-1945)가 사색에 잠겨 산보를 즐겼다고 하여 '사색의 길' 또는 '철학의 길'이라는 이름이 붙여졌고 이후 1972년부터는 지역 유지가 보존 운동을 하며 정식으로 '철학의 길 (哲学の道) 라는 이름이 붙여지게 되었다고 한다.
철학가는 못되지만, 교토가 주는 고즈넉한 분위기에 취해 철학자의 기분을 느끼며 산책을 시작해 본다.
먹거리를 파는 구게들을 둘러보며 눈요기를 하다보면 어느덧 입구에 다다른다. 500엔의 입장료를 내고 은각사로 향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걸맞게 나무 뿐 아니라 흙과 모래마저 잘 정돈되어 있는 모습에 덩달아 마음이 편안해진다. 정갈하게 다듬어진 흙을 따라 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멀리 은각사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금칠이 되어 있는 화려한 금각사(銀閣寺, 금각사)와는 달리 은이 아닌 목조로 지어져 있는 은각사의 모습에 실망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자칫 단조로워보이는 누각이지만 주변의 흙과 나무와 함께 조화롭게 어우러진 은각사의 모습은 분명 그 자체로도 은은한 매력이 있었다.
일본의 유적지나 사찰에서는 배수로 위에 대나무를 엮어 덮어만든 덮개를 올려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마치 과거로 돌아간 듯 잘 보존되어있는 풍경 속에서 분위기를 해치는 현대식 배수로가 아닌, 주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덮개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다.
은각사의 정원 이곳 저곳을 사색에 잠기기도 하고, 일행과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기도 하며 산책을 마치고 나니 조금 허기가 지기 시작한다. 주변에 있는 가게에서 미타라시 당고 (みたらし団子) 하나를 사 먹으니 정말 꿀맛이다. 간장과 꿀 베이스의 적당히 짭짤하면서 적당히 달달한 당고를 입에 넣으니 따뜻하고 쫀득쫀득한 것이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바람직한 여행 코스란 적절한 휴식과 더불어 적절한 디저트가 있는 법. 다음 코스인 '요지야 카페(よじやカフェ)'로 이동하기로 한다.
은각사 (銀閣寺, 긴카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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