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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리생각/다이어리

새로운 도전, 인사&직원경험 스쿼드로 이동.

by Kyolee. 2024.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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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후 4년간 근무했던 파이낸스 스쿼드를 떠나 Employee Experience (굳이 번역하면 직원 경험이려나)으로 팀을 옮긴 지 2주째다. 

올해 8월로 입사 4년이 되었고, 그동안 파이낸스 스쿼드에 중고 신입으로 입사해서 참 많이 배우고, 경험했고, 성장했다. 상상하지도 못했던 기회들이 있었고, 또 일본지사에서는 흔치 않은 기회로 헤이그에 있는 본사에도 다녀오고, 또 연차가 차지 않은 사원임에도 프로덕트 오너라는 제안을 받기도 했으니 아마 나는 수많은 복들 중에서 직장 운을 타고났나 보다.

 

그럼에도 팀을 옮기기로 결심한 이유는, 사실 파이낸스에서 다루는 업무내용이 엔지니어가 다루기에 전혀 쉽지 않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매너리즘에 빠져버린 탓도 있고, 어쩌다 보니 팀에서 연장자가 되어버려 조금은 스스로가 고인 물이 되어버린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 워낙 플렉시블 한 환경 덕분에 쉬고 싶을 땐 쉬다 보니 현재의 업무에 지루함을 느꼈던 불씨에 나태함이라는 기름을 들어붓기에 딱 좋았던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그런 나를 위해 딱 좋은 제도가 있었는데 바로 엔지니어를 대상으로 한 '잡 로테이션'이라는 제도가 있다는 거였다. 우리 회사에서는 1년에 한 번씩, 새로운 업무를 경험함으로써 리프레쉬를 경험하고 서로의 지식과 경험이 여러 팀에서 공유되어 어우러질 수 있도록 누구나 자유롭게 팀을 이동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거기에 있어 가장 중요한 조건은 바로 이거다. '이 사람이 팀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라 보내기 싫더라도 그의 의사를 가장 먼저 존중하세요. 예상치 못한 변화로 팀이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요? 삶이란 원래 그런 겁니다. ;-)'

사실 오랫동안 정이 들기도 했고 동료 이상으로 가족처럼 친구처럼 지내던 팀원들을 배신하는 기분도 들어 꽤 많은 시간 고민을 했지만, 내가 새로운 팀에서 로테이션을 하고 돌아온다면 새로운 팀에게도, 지금의 팀에게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여러모로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그런 나의 결정을 듣고 부서장과 리더도, 내가 없으면 팀이 얼마나 힘들게 될지 모른다며 너무 그리울 것이라고 듣기 좋은 (?) 불평을 하면서도, 나의 결정을 존중하고 응원해 주었기 때문에 모두의 협조와 지원을 얻으며 마음 편히 팀을 옮길 수 있게 되었다. 

 

많은 팀 중에서 특히 인사와 직원경험 팀으로 지원한 이유는, 가히 현 직장의 업무 환경이 세계 최고라고 생각할 정도로 훌륭하다고 느끼기에 가까이에서 보고 배우며 관련 팀의 업무를 개선하는 데 일조하고 싶어서였다. 물론 부서에 따라 분위기가 딱딱한 곳도 분명 있겠지만, 무엇보다 직원의 행복과 편안함을 최우선으로 하는 부서의 분위기는 어떨까, 정말이지 궁금했다. 

 

그리고 그런 나의 궁금증은 이내 놀라움으로 바뀌었는데...

첫 번째 변화는 당연하게도 일본인이 많은 조직이라는 것. 그동안 외국인이 90% 정도인 다국적 팀에 있다가, 처음으로 90% 이상이 일본인인 환경에서 일하게 되었다. 그동안은 엉터리 일본어를 쓰거나, 겸양어나 비즈니스 일본어를 굳이 쓰지 않아도 되었고, 급할 땐 영어를 쓰는 게 대부분이었는데, 지금의 팀에서는 문서는 물론이고 팀즈대화나 회의도 대부분 일본어가 주를 이룬다. 외국인인 나에게는 조금 긴장되는 상황이지만, 다행히 상대방을 대하는 데 있어서 너무나 공손하고 친절하고 다정하다. 회의 때는 모두가 화면 속에서 고개를 끄덕여주고, 공감해 주고, 마치 vip를 대하듯이 나긋하며 상냥하다. 그런 점이 낯설기도 하고, 나 역시 사람과 일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모습을 배워야겠구나 하고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존중과 예절이 반드시 분위기를 딱딱하게 만드는 것은 또 아니다. 지난주에는 인사부의 회의에 참여했는데, 회의 시작부터 직원들의 생일 축하, 출산 축하, 자격시험 합격 축하로 너무나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회의가 맞나? 싶었다. 

한 직원은 휴양지에서 리모트 워크 중이었는데, 야외에서 일을 하고 있는지 바람소리가 휘잉휘잉 들렸다. 그 틈을 참지 않고 일부 사람들이

상황극을 시작했다. 

 

'00상, 그쪽 날씨 상황은 어떻습니까?'

-'네, 현재 이곳은 바람이 많이 불고 있습니다. 오늘과 같은 날씨에는 바닷가 근처에서는 일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듣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영업실적에 대한 발표 중이었다..) 

발표가 끝난 뒤, 그는 카메라 뒤로 바람에 흔들리는 야자수를 비춰주며 웃으며, 끝까지 어디에 있는지는 '비밀이에용~' 하고 답했다.

이것도 어딘가 일본 스럽다고 생각했다. 시끄럽게 웃은 후에 개인적인 부분은 웬만해선 알리려고 하지 않는 모습이 신기했다. 

 

어쨌든 그렇게 또 다른 신기한 문화에 적응해 가며, 인사팀의 꽤나 신중하게 다루어야 하는 민감한 데이터에 익숙해져 가며, 또 그동안 대충 보고 넘겼던 사내 규정들을 공부해 가며 나름의 긴장감과 즐거움을 느끼며 보내는 중이다. 인사, 노무에 관련된 일을 다루다 보니 법령을 찾아보기도 하고, 도통 이해가 되지 않던 줄임말들도 조금씩 익숙해져가고 있다. 

 

파이낸스 팀에서 송별회를 할 때, '우리들은 쿄리상을 보내는 게 아니라, 빌려주는거야!' 하고 매니저와 팀원들이 말했는데, 부디 내가 이 스쿼드에도 파이낸스에서의 경험을 활용하여 좋은 영향을 만들어 낼 수 있길. 그리고 다시 돌아갔을 때, 파이낸스 팀에게도 새롭고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길 바라본다. 어쨌든 현재로서는 아주 좋은 변곡점을 만들어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지난 나의 선택에 대해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고맙고, 늘 내가 긴장을 잃거나 다운이 되려고 할 때마다 새로운 기회와 제안을 주는 회사에게 너무나 감사하다. 

 

 

오랜만의 오블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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