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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일본취업

늦깎이 비전공자의 터닝 포인트 일본취업 - 내가 만난 IT 회사들 (2)

by Kyolee. 2021.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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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일본 취업을 준비하면서 면접에 대한 걱정이 있는 분들을 위해 나의 인터뷰 일화를 이야기하기로 했다.
비밀 댓글로 고민과 질문글을 달아주시는 분들의 얘기를 보다 보면, 내가 일본 취업을 처음 준비했을 때의 막연함과 불안함이 떠오른다. 그 때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걱정마, 잘 될거야" 라는 말, 시공간을 넘어 오늘 일본 취업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닿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취업 준비 폴더에 있는 2019년의 자료들을 꺼내보기로 했다. 처음 일본 취업 준비를 할 때는 개인적으로 구인 공고 사이트의 정보를 보고 메일을 써보기도 했고, 인터넷에 올라와있는 네오캐리어 같은 회사를 통해 취업 인터뷰에 시험삼아 응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취업을 어떻게 해야할지, 면접을 어떻게 봐야하는지에 대한 지식이 상당히 부족했고, 면접용 일본어가 무엇인지조차 모르던 상태였기 때문에 그 결과조차 궁금해하지 않았었다. 그런 잘못된 (?) 경험을 바탕으로, 학원에서 아이티 교육을 수강한 후 취업 연계 학원의 소개를 통해 다양한 기업의 면접에 참가했다. 내가 기억하는 기업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1. 의료회사 - AI 머신러닝을 통한 치료법 개발
2. 파견회사 A - 웹, 업무 등 시스템 개발, 시스템 컨설팅
3. 파견회사 B - 웹 시스템 개발, 자사 시스템 개발
4. 금속 회사 - 캐드 및 설계도 관련 코드 개발
5. 스타트업 - 자사 앱 개발
6. 유압 시스템 관련 회사 - 자사 소프트웨어 개발

이상의 6개 회사의 리스트를 받은 후에는 경험삼아 모든 곳에 지원할 지, 원하는 몇 군데에만 선택과 집중을 할 지 정해야 하는데 나같은 경우는 경험이야 많을 수록 좋다는 생각으로 전부 이력서를 넣었다. (사실 당시에는 상반기에 단순히 면접 경험을 쌓고, 하반기에 취업 활동에 매진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모든 회사로부터 면접 제의가 왔을 때는, "이 회사들 어딘가 문제 있는거 아니야?" 라는 생각을 했다. "아이티 전문가도 아닌, 30대가 넘은 여자 외국인을 뽑는다니 이 회사들은 분명 이상한 곳일거야." 나는 그렇게 내가 한국에서 받아왔던 잣대들대로 나 스스로 뿐 아니라 지원한 기업들 또한 과소 평가를 하고 말았다. 그러나 면접이 끝난 후에는 "일본 회사 사람들, 그리고 이 회사들, 그렇게 나쁘지 않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면접 때 받았던 질문에 대해서는 아래 글 참고)
2021.08.15 - [엔지니어/일본취업] - 늦깎이 비전공자의 터닝 포인트 일본취업 - 면접/인터뷰 편 (1)

다음은 내가 면접을 진행하면서 각 회사의 정보 수집 및 분석을 위해 준비했던 내용이다. 특히 "특징" 이라는 컬럼은, 내가 채용 담당자에게 물어보거나 회사의 블로그 등을 뒤져가며 찾은 정보였다.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면접이 끝나고 나에게 마지막 질문의 기회가 왔을 때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함으로써 보다 기업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으며, 나의 관심과 열의를 어필할 수 있었다.

기업 내용 특징 월급 보너스 월세보조 교통비 잔업수당
1. 의료회사 AI 머신러닝을 통한 치료개발 여성 비율 높음 25만엔 200% 3만엔 실비 청구 없음
2. 파견회사 A 웹, 업무 시스템 개발, 시스템 컨설팅 한인 회사
한국인 비율 높음
기숙사 제공
증권 관련 개발
25만엔 100% 2만엔 최대 3만엔 없음
3. 파견회사 B 웹 시스템 개발 외국인 비율 높음
히타치, 소프트뱅크 등 대기업 파견 다수
24만엔 200% 3만엔 최대 3만엔 있음
4. 금속회사 캐드, 설계도 관련코드 개발 자격증 수당 높음 28만엔 200% 3만엔 실비 청구 없음
5. 스타트업 자사 앱 개발 자유로운 분위기의 오피스 30만엔 200% 2만엔 실비 청구 없음
(잔업 시 다음날 휴일 가능)
6. 유압시스템 자사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고객 대응 도쿄에서 거리가 먼 곳에 위치함 30만엔 200% 없음 실비 청구 없음
(잔업이 없음)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1. 의료회사 - "여성의 비율이 높다고 들었는데, 특히 여성 엔지니어가 매력을 느끼는 귀사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2. 파견회사 A - "가장 최근에 주력하고 있는 개발 프로젝트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을 들을 수 있을까요?"
3. 파견회사 B - "귀사는 외국인의 비율이 높아 다양성과 글로벌화라는 이미지가 느껴졌는데, 자국인이 아닌 외국인 엔지니어에게 특별하게 기대하는 점이 있나요?"

 

자신의 우선순위 정하기
면접이란, 상대방에게 나의 입사의 의지를 피력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지원자와 면접관이 서로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확인하면서 실력과 마인드 뿐 아니라 서로간의 케미스트리를 확인할 수 있는 장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잘 보이기 위해 어색하게 노력하기 보다는 있는 내 모습을 그대로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위의 표를 보면 월급이나 보너스, 월세보조나 잔업수당 지원 유무 등 회사마다 사업분야 뿐 아니라 복지가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돈을 가장 많이 벌 수 있는 기업이 좋아 보일 수도 있고, 자사 앱 개발을 하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기업이 좋을 수도 있다. 나같은 경우는, 한인 회사를 피하고 싶었고 기왕이면 외국인이 많은 기업 문화를 경험해보고 싶었다. 또한 여성이 많은 기업일 수록, 여성에게 친숙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이 있어서 이런 회사들의 우선 순위를 높게 두기도 했었다.

 

역시 중요한 것은 근로에 대한 보상 
개인마다 중요시하는 가치는 다 다르겠지만, 월세를 보조해주지 않으면서 월급도 적고 잔업수당이 없는(미나시잔교) 기업이라면 물질적인 보상이 충분하지 않아, 해외에서 일하는 입장에서는 보람이나 동기부여가 적을 수도 있다. 특히 월급에서 건강보험, 후생연금, 고용보험, 원천 소득세... 등등이 빠지고 나면 수중에 떨어지는 실급여가 그렇게 높지 않다는 점 또한 알아두어야 한다. 그렇기에 나는 트레이닝이 필요한 예비 개발자라는 점을 감안하여, 최저 급여가 25만엔인 경우에만 지원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그렇게 얻게 된 리스트가 바로 위의 기업들인 것이다. 연봉상승률을 구체적으로 제시받지는 않았지만, 보통 1단계 면접이 끝나고 최종면접을 할 때는 그런 정보를 주는 회사들도 있었다. 일본 기업 중에 보너스가 없는 기업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지만, (놀랍게도 퇴직금이 없는 기업은 많다.) 혹시 모르니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 월세보조는 일정 금액의 월세를 회사에서 보조해주는 것인데 도쿄에서 혼자 살기 위해서는 최소 7~8만엔이 든다는 점을 감안하다면 결코 무시할 수 있는 항목이 아니다. 또, 일본의 교통비는 어마무시하기 때문에 대부분 회사에서 지원을 해주는데, 내 경우는 첫 회사의 파견처에서 공장으로 출장을 가야하는 바람에 한달에 3만엔 이상의 교통비를 지불하기도 했다. 물론 인사담당자와 얘기를 잘 해서 3만엔 이상의 교통비를 모두 지급받기는 했었다. (잊지말자! 직원의 교통비를 아까워 하는 회사는 진짜로 블랙기업일 확률이 높다)

 

내가 생각한 좋은 기업
내가 월급 다음으로 가장 중요시하게 여기는 것은 바로 잔업수당이었다. 아마 많은 회사들이 미나시잔교를 채택하고 있는데, (기본급에 잔업수당이 포함된 경우를 말함. 예를 들면, '50시간의 잔업수당을 미리 기본급에 넣어 두었으니, 50시간 이상 분에 대해서만 잔업 수당을 지급'하는 것) 나는 노동자의 근로란 너무너무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노동자의 근로시간을 함부로 생각하지 않는(?) 기업이 좋은 기업이라고 생각했다. 미나시잔교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기 위해 채용담당자를 꽤 많이 괴롭히기도 했었다. 또, 기숙사를 제공하는 회사의 경우 외국인 사원에 대한 배려가 깊다는 생각이 들어 우선순위를 높게 두기도 했었다. 


어쨋든, 이제부터 일본 취업을 준비하시는 분들은 본인이 입사를 하고 향후 커리어를 개발해 나가는 데 있어서 어떠한 조건과 가치를 가장 중요시 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시간을 갖기를, 그리고 후회없는 좋은 선택을 하기를. (내가 이렇게 선택한 첫 회사에서 왜 9개월만에 전직을 결심하게 되었는지는... 언젠가 외국계 전직 편을 쓸 때 포스팅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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