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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일본취업

일본 아이티 취업, 서른살 비전공자의 기록 - 이력서

by Kyolee. 2021.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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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여유로운 주말이다. 오늘은 비전공자에 서른살이 넘은 내가 어떻게 일본 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취업 후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컴퓨터 전공이 아닌데 어떻게 개발자가 되었어요?" 라는 질문이었다. 전공 지식에 대한 문제는 차치하고 나는 컴퓨터나 코딩에 흥미가 있는 타입도 아니었다. 그저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면 행복할까"에 집중을 했을 뿐이었다. 많은 개발자 혹은 컴퓨터를 전공한 분들이 비웃을 수도 있지만, 3년 전의 나는 인간관계나 조직구조에 대해서 해방된, 독립적이고 여유로운 직업을 희망했을 뿐이었다. 그것이 내가 개발자가 되기로 한 이유, 아이티 취업을 하기로 한 이유였다.

그러나 나는 도저히 답답하고 수직서열 구조가 극심한 한국의 사회생활을 다시 버텨낼 자신이 없었다. 서른이 넘은 여성인 나를 받아줄 회사가 국내에는 없다는 것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선택했다. 일본으로 가기로.

선택을 하기까지 숱한 밤을 고민했고 많은 잠을 설쳤지만 결정은 심플했다. 일본, 아이티, 취업.

문제는 관련 전공을 공부한 것도 아니고, 관련된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이력서를 채워나가기가 막막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희망을 버리기에는 아직 이르다. 일본은 여전히 수많은 회사들이 지원자를 찾기 힘든 '구인난'을 겪고 있는, 적어도 내게는 기회의 땅이다. 게다가, 많은 일본 회사들이 한국처럼 '준비된 인재'를 바라기 보다는 '가르칠 수 있는 준비된 지원자'를 찾는다. 가지고 있는 재능과 숨겨진 잠재력을 쥐어짜내서라도 어필해본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준비를 시작했다.

 

어떤 루트로 일본 취업을 준비하든, 취업활동을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의 준비물이 필요하다. 하나는 이력서이고 또 하나는 스킬시트이다. 일본 취업활동의 가장 편리한(?) 점은, 하나의 이력서와 스킬시트를 가지고 다양한 기업에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한국처럼 기업마다 서로 다른 양식의 자기소개서라든지 시스템에 일일이 이력을 입력한다든지 하는 성가신 일이 없어서 취준생의 입장에서 부담이 적었다. 인터넷에 수많은 템플릿이 있겠지만, 나는 doda 라는 채용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JIS 규격의 기본 템플릿을 사용했다.

<일본 취업용 이력서 템플릿>
https://doda.jp/guide/rireki/template/

이름, 주소, 전화번호, 나이, 성별 등 기본적인 인적사항을 기입한 후에는 학력과 직력(경력) 을 작성한다. 이름과 주소의 경우, 한자로 작성하기 때문에 일본인이 발음을 알아볼 수 있도록 후리가나(ふりがな)를 추가로 작성해야 한다. 주의할 점은 만 나이를 계산하기 때문에 한국식 나이 표현을 지양해야 한다는 점이다.

학력과 경력의 경우, 고등학교 입학/졸업, 대학교 입학/졸업 을 아래 예시처럼 연도별로 모두 작성해야 한다.

 

学歴・職歴
2004 3 私立 ◯◯◯◯高等学後 入学
2007 2 私立 ◯◯◯◯高等学後 卒業
2007 3 国立 ◯◯大学 ◯◯学部 入学
2011 2 国立 ◯◯大学 ◯◯学部 卒業
2011 3 株式会社 ◯◯◯◯入社
2015 3 株式会社 ◯◯◯◯ 退社


다음으로 면허 자격란이다. 나는 한자급수자격검정시험, 일본어능력시험, 그리고 MOS Word expert 같은 사소한 자격증도 모두 적었다. 기간이 만료된 토익자격증도 적었다. 한국은 유효기간이 지난 자격증은 등록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지만, 일본은 유효 기간에 대해 특별한 제제는 없다. 물론 최근 일자로 자격증을 경신하는 게 가장 좋은 길이기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격증란에 대해 걱정하는데, 나 역시 너무 공백이 많은 것 같아 걱정을 했었다. 만약 자신은 없고 시간은 있다면 이 두가지는 꼭 준비하길 바란다. 정보처리 혹은 컴활 자격증, 그리고 JLPT N2 이상은 필수다. 그러나 정보처리, 컴활의 경우 일본 채용담당자가 무슨 자격증인지 잘 모르는 경우도 있으니 자격증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추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JLPT N2 는 외국인 인재를 채용하는 기업이 요구하는 마지노선이라고 볼 수 있으니 꼭 따는게 좋다. 물론 N1 을 취득할 수 있다면 더욱 좋다. "일본어는 문제 없겠군요!" 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免許・資格
2004 3 漢字級数資格検定 取得
2007 2 日本語能力試験 級 取得
2007 3 TOEIC 試験 ◯◯◯点


면허, 자격증을 작성한 후에는 지망동기, 기술, 좋아하는 과목, 어필 포인트 등을 작성한다. 가장 형식이 자유로운 칸이지만 가장 자신을 어필하기에 좋은 곳이기도 하다. 나는 "◯◯학부를 졸업했고 ◯◯라는 회사에서 근무했지만, 업무를 하면서 알고리즘 혹은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한 지식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는 식으로 기술했다. "비록 전공은 아니었지만, IT 업계에 대한 관심이 깊어져 스스로 학원을 다니면서 Python, C언어 등 여러 언어들을 배우게 되었고 마침내 일본에 취업하여 보다 전문성을 갖고 성장하고 싶다"는 식으로 말을 덧붙였다.
물론 배웠던 언어, 프로젝트 등을 상세하게 작성하여 조금 더 IT 기술을 어필하고자 했다. 일본어에 자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평소 일본에 흥미가 있었고 일본어를 학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 왔는지, 외국인이지만 일본 사회에 잘 적응해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각오를 어필하는 것도 좋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은 '전문가'가 아닌 '성장 가능성을 갖춘 지원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나의 잠재력과 업계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국에서 취업준비를 했을 때는 기업마다 요구하는 문항이 다 달라서 매번 새로운 자기소개서를 작성해내느라 창작의 고통을 느끼곤 했었다. 반면 일본에서는 기업이 바라는 기본적인 스펙만 충족한다면 면접까지는 스무스하게 이어질 수 있다.

막상 쓰고보니 참 별 것 없다, 하는 생각이 든다. 비전공자의 이력서란 그럴 수밖에 없다. IT 기술과 언어 능력을 증명할 자격증이 준비되어 있다면, 지망동기, 기술, 좋아하는 과목, 어필 포인트에 혼을 갈아넣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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