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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일상/도쿄맛집

[도쿄/다이토구] 맛있는 큐슈요리의 힘, 큐슈력(九州力)

by Kyolee. 2021.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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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1일. 퇴사 후 공식적으로 백수가 된 날이다. 원래 다니던 회사에 쓰던 노트북과 책을 반납하고, 각종 서류를 제출하러 우에노에 들렀다. 여기는 우에노로 출근할 때 한국인 동료와 자주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들렀던 ‘큐슈력(九州力)’이라는 가게다.


점심에 자주 먹던 흑돼지 샤브샤브는 런치 한정 메뉴였는지 보이지 않았다. 점심 시간에는 늘 바빠서 정신없어 보이던 이 곳은, 오후 느즈막히 들렀더니 꽤 한가한 모습이었다.
이 가게를 참 자주 갔었는데 가게 주인은 처음으로 나에게 말을 걸었다. 아마 평일 오후에 직장인 같은 여자가 혼자 맥주 한 잔에 음식들을 시킨 게 이상해 보였을 수도 있겠다. 어디에서 일을 하는지, 어떻게 여기를 찾아왔냐고 묻길래 사실은 한국에서 와서 막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주인은 자신의 아버지가 한국인 가정교사에게 공부를 배운 적이 있다는 얘기를 했다.


우리는 한국 음식에 대한 얘기를 몇 마디 더 나누었다. “김치는 역시 본고장인 한국에서 먹는 게 맛있나요?” 하고 묻는 그에게 나는 “신오오쿠보라면 먹을 수 있어요” 하고 주문한 음식으로 고개를 돌렸다. “앗,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천천히 드세요” 주인이 자리로 돌아가고 나자 나는 주문한 음식들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멘타이코 포테이토 가마보코. 정확한 이름이 생각나지 않지만, 가마보코(흰 살 어묵)에 삶은 으깬 감자를 넣고, 그 위에 멘타이코를 뿌린 뒤 익힌 음식이다. 부드러운 카마보코와 담백한 감자, 그 위에 짭짤한 명란의 맛이 너무나 잘 어우러진 맛. 하나만 주문하기 아쉬워서 시켰던 사이드 메뉴에 이렇게 큰 만족감을 느낄 줄이야.


다음은 메인의 흑돼지 샤브찜. 점심에는 맑은 양배추국에 흑돼지를 함께 넣고 끓인 샤브샤브를 파는 데, 그 맛이 그리워서 시켰던 메뉴이다. 이 날 처음으로 주문했던 부들부들한 샤브찜 역시 맛있었지만 정신없이 먹었던 런치 샤브샤브의 국물 맛을 따라가지는 못했다.
큐슈력은 아마 내가 우에노로 출근할 때 가장 많이 갔던 식당이 아닐까 싶다. 한국의 샤브샤브도 맛있지만 가끔은 맑은 국물에 깔끔한 맛을 내던 일본의 샤브샤브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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