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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일본취업

비전공자, IT 일본 취업을 결심하다. 사전 조사 착수.

by Kyolee. 2021.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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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비전공자인 나는 IT로 일본 취업을 하게 되었을까?

2018년 겨울. 나는 대학원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와 동시에 한국을 떠나기로 다짐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서른이 넘어서도 한국에서 이런 재미없는 생활을 계속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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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포스팅에서 "어쩌다 비전공자인 내가 IT로 일본 취업을 하게 되었는지" 에 기록을 남겼다.

스스로가 꽤 신중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결단이 서면 뒤나 옆을 보지 않고 앞으로 전진하는 스타일이다. 그렇게 일본, IT, 취업 라는 세 가지 키워드가 정해졌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가 막막했다. 한국에서만 자란 토종 한국인이고, 컴퓨터 전공도 아니며, 현재 관련 업계 종사자도 아니다. 게다가 한국에서는 취업 마지노선이라고 불리는 서른을 코앞에 둔 여성이다.
잠시 '여성'으로서 내가 겪어온 국내 취업의 현실에 대해서 말하자면 이야기가 조금 길어질 것 같으니 '더보기'를 확인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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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국립대학교의 이공계 학과를 졸업하고 학점과 어학점수가 꽤 괜찮은 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대기업의 서류 또는 최종면접에서 낙방했다. 이상했던 건 높았던 학점과 어학점수, 충실한 교내 활동 등으로 나름 취업캠프에서 엄지 척을 받았던 나의 지원 서류들은 계속해서 탈락했고, 내가 자소서를 써가며 도와줬던 남자 동기들은 하나같이 좋은 기업에 합격하는 것이었다. 한 기업은 인사팀에 지인이 있었는데, 이후에 '네가 여자라서 부장이 서류에서 빼버렸다더라' 라는 정보를 내게 흘려주었다. 뭐 어쩌겠어, 그게 현실인 걸. 을의 입장에서 나는 그저 현실을 받아들였다.
우여곡절 끝에 입사한 기업에서 4년의 경력을 채우고 외국계 회사로 경력이직을 준비할 때였다. 최종면접에서 면접관 세 명은 내게, '학교 성적도 그렇지만 경력, 그리고 어학점수도 우수하네요. 오늘 지원자 중에 1등이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말했다. 열심히 살아온 20대의 보상을 받는 것 같은 기분이 잠시 들었다. 면접 분위기고 좋았다.
그때, 가운데의 한 면접관이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그런데, 20대 중후반의 여자이니 곧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겠지요? 만약 당신이 출산 휴가를 쓰게 되면 우리 회사로서는 큰 손실인데요.' 나는 결혼이나 출산에는 관심이 없다는 둥,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다는 둥, 완벽한 을의 입장에서 나를 변호했지만 그는 오히려 나에게 '우리나라 출산율이 얼마나 낮은 줄 알아요? 아이를 안 가지면 어떡합니까?' 하고 도리어 역정을 냈다.
스물일곱의 내가 알게 된, 이제 좀 성숙한 나이의 도전하는 여자에게 주어진 현실이 그랬다. 지원한 회사가 너무 보수적인 곳이 아니냐 할 수도 있겠지만, 그곳은 외국계 자동차 부품 회사였고 기술 면접 때까지만 해도 여성 엔지니어를 환영하는 분위기 라며 내게 적극 홍보를 했었다.


어쨌든 그런 끔찍한 기억들이 나로 하여금 '한국에서는 일하고 싶지 않다' 라는 각오를 더욱 단단하게 해 주었다. 그와 동시에 '나이'와 '여성' 이라는 것이 내가 해외로 취업하는 데 있어 또다시 장벽이 되는 건 아닐까, 게다가 나는 '외국인'인데...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심지어 일본 취업을 생각하던 당시의 나이는 서른이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앉아서 생각만 할 노릇은 없었다. 나는 무작정 세 가지 키워드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일본, IT, 취업

네이버 블로그에는 각종 IT 학원, 취업 성공 패키지와 같은 광고성 정보들이 난무했다. 그 중에 내가 입수한 정보들은 다음과 같다.

1. 일본은 여전히 구인난이 심하고, 외국인과 여성에 대한 취업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2. 일부 대기업은 학벌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3. IT 기업의 경우 학벌보다는 경력을 중시한다.
4. 신입사원 채용의 경우 한국처럼 '고스펙자'를 찾는 것보다는 '잠재력'을 본다. 즉, 준비된 인재보다는 잠재력 있는 인재를 채용해서 키우려는 기업이 많다.
5. 코딩이나 개발에 아무런 기초지식이 없다면 java 또는 python 으로 웹 구축 단계부터 배워나간다.
6. 아주 간단한 것이라도, 제작한 프로그램을 포트폴리오로 작성하여 취업서류&면접에 활용한다.
7. 일본어 능력은 최소 JLPT 2급이 필요하다.
8. 일본은 대기업도 영어 점수를 안 보는 경우가 많아서, TOEIC 점수가 800점만 넘어도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
9. 대부분 1차 면접은 화상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

이 정도의 정보를 취합했고, 그중에는 몇 가지 우려가 되는 점들도 있었다.

1. 비전공자가 IT 지식을 배우려면 적어도 최소 6개월 이상의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한다는 점. (당시 나는 졸업을 앞둔 대학원생이었고, 졸업 논문을 쓰기에도 매우 부족한 상황이었다.)
2. 비전공자가 한국에서 일본으로 취업하는 경우 연봉이 생각보다 적다. (대부분의 회사가 월급 최대 25만엔 수준이다. 후에 오퍼를 받은 회사 중에는 30만엔 정도의 월급을 제안한 곳도 있었다.)
3. 도쿄의 월세는 정말 비싸다. 최소 7만엔 (한화 70만원) 은 월세로 빠져나간다.

그렇지만, 비전공자라면 한국에서의 취업은 훨씬 더 어려울 텐데 어쨌든 일본이라면 기회가 열려있지 않은가?

아래 링크는 2021년 5월 19일자 한국/일본 취업률에 관한 기사. 여전히 일본의 취업률은 96% 으로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높다. 이에 반해 한국은 30%로 정말 낮은 수준이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57/0001577831

외국인으로서 새로운 국가와 사회에 적응해갈 수 있는 경험치를 늘리고, 일을 통해 커리어를 쌓다 보면 그 또한 값진 일이 될 것이다. 또, 엔지니어라면 이직을 통해 충분히 연봉을 높이는 것도 가능하다. 나는 그렇게 행복 회로를 돌리며, 매일 새벽이면 일본 취업에 대한 구글링을 했다.

긴자식스에 있는 츠타야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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