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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일상/도쿄생활

입사 5개월차, 신입 엔지니어의 일기

by Kyolee. 2020.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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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chief engineer 가 너무 잘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사실은 나를 합격시켜줘서 고맙다고 내 쪽에서 인사하고 싶었지만 얼떨결에 인사만 듣다가 미팅이 끝나버렸다. 이 회사에서 일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는 순도 100%의 진심이 전해졌다면 그걸로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나는 비전공자에 경력도 짧은데다 일본에 온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나를 이 회사에서는 뭘 믿고 뽑았을까 하고 의구심이 들곤 했었다. 그렇지만 오늘은 리카르도에게 ‘넌 어떻게 그렇게 배우는 게 빨라?’ 하는 말을 듣고 조금은 진짜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이렇게 자랑같은 글을 쓰는 게 남이 보거나, 나중에 보면 조금 재수없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 기록이 언젠가 내가 매너리즘에 빠져버린 노련한 경력자가 되었을 때쯤 기적같은 기운을 불어넣어줄 것이라 희망하기로 한다.
2017년 12월, 랩메이트에게 선물 받은 꿈 일기장에다 ‘미래의 나는 기왕이면 유럽계의 글로벌 기업에 입사해서 매일 아침 영어로 미팅을 하고 최소한 3개 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멋진 엔지니어가 되어있을 것이다’ 라는 허무맹랑한 글을 적었었다. 2018년 12월, 연습장을 하나 찢어서는, 언제든지 하고 싶을 때 일하고 쉬고 싶을 때 쉬면서 하고 싶은 장소에서 일하고 남녀가 동등하게 대우받으면서 배움의 기회가 넘쳐나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 는 소망을 적었었다.
3년 안에 그 모든 바람들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문득 떠올릴 때면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을 때도 있다. (그치만 나는 아직 5개월차이고.. 아직은 회사에 대해 모르는 게 더 많다)
2020년 12월, 그냥 이대로 매일 같은 하루를 살아도 좋겠다고 생각하는 요즘이지만 3년 뒤에는 또 멋진 일이 있지 않을까? 매년 연례행사처럼 12월에는 버킷리스트와 꿈을 적고는 하는데 올해는 어떤 것들을 계획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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