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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맛/큐슈

[나가사키] 나가사키 오코노미야끼 맛집 하나우사기와 유쾌한 아주머니들

by Kyolee. 2018.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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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노시마의 호스텔 후타기 (Hostel Futagi) 에서의 2박을 마치고 어느덧 여행의 셋째날이 시작되었다. 이날 아침 역시 안젤리카 커피 스텐드 (Angelica Coffee Stand) 에서 정갈한 일본식 조식과 함께 시작했다. 

 

안젤리카 커피 스텐드(Angelica Coffee Stand)
안젤리카 커피 스텐드의 아침.

 

안젤리카 커피 스텐드(Angelica Coffee Stand)
안젤리카 커피 스텐드의 조식 메뉴. 닭다리와 명란, 야채 절임과 미소시루.

 

조식을 먹고 난 후에는 커피와 차 중 하나를 선택해서 마실 수 있다. 따뜻한 햇살이 들어오는 아늑한 안젤리카에서 오전의 여유를 느끼고, 나가사키로 떠나기 위해 하카타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코인 록커에 짐을 두고 여유롭게 하카타역 주변을 구경하려고 했지만, 터미널과 역 어느 곳에도 우리의 캐리어를 보관할 빈 록커가 없었다. 복잡한 하카타역의 이곳 저곳을 헤메다 어느덧 점심 시간이 되었고 우연히 마주한 라멘집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일본의 여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뭐니뭐니해도 라무네 (ラムネ). 사이다 맛과는 조금 다른 탄산 소다인데 윗 부분의 캡을 힘주어 탁 치면 구슬이 톡하고 떨어진다. 마실 때마다 구슬이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재미를 주면서 한꺼번에 많은 양이 나오지 않도록 조절해주는 역할도 한다. 

 

 

돈코츠 라멘[각주:1]의 탄생지인 하카타에서 먹는 첫 차슈 라멘. 이름 그대로 큼직한 차슈가 올려져 있는데 아무래도 관광객보다는 역을 오가는 현지인들이 많이다니는 곳에 위치해 있어 가격은 600엔대로 저렴했다. 차슈라멘이 너무 느끼하지 않을까 걱정되어서 함께 시킨 야채라멘에는 양배추가 있어 상쾌하면서도 담백한 맛을 자아낸다. 상호명은 博多ラーメンめん吉. 맛있게 먹었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문을 닫았다고 한다.

 

 

든든하게 점심식사를 끝내고 드디어 나가사키로 떠날 시간. 후쿠오카에서 나가사키로 가는 버스는 하카타 버스 터미널 외에도 니시테츠 텐진 버스 터미널과 후쿠오카 공항 터미널에서 탈 수 있다. 편도 운임료는 2,570엔이지만 왕복 티켓은 4,630엔으로 사전에 왕복 티켓을 구매하면 510엔을 절약할 수 있다. 왕복을 주문할 때는 '二枚切符をください (니마이 킷뿌오 쿠다사이)' 라고 요청하면 두 장의 표를 살 수 있다. 

 

나가사키를 향해 떠나는 버스에서 바라본 하늘
나가사키를 향해 떠나는 버스에서 바라본 하늘
나가사키를 향해 떠나는 버스에서 바라본 하늘
나가사키를 향해 떠나는 버스에서 바라본 하늘

 

복잡했던 하카타를 벗어나니 건물이 점차 낮아지고 산과 구름의 조화로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마치 솜사탕처럼 부드러울 것 같은 흰 구름을 바라보며 넋을 놓고 감상하다보면 어느새 바다가 보인다. 바쁜 일상을 벗어나 마주하는 자연 앞에서 그제야 휴가를 떠나왔음을 실감한다.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앞자리의 꼬마아이가 귀여워 몇 번 눈인사를 하다 과자 하나를 쥐어주었다. 옆에 앉은 어머니가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꼬마아이는 '사요나라' 하고 작별인사를 하고 내렸다. 

 

 

드디어 종점인 나가사키 현영 버스터미널 도착. 하카타 버스 터미널에서 약 2시간 20분 정도가 소요되었다. 후쿠오카와는 사뭇 다른 소도시의 느낌이 풍겼다. 노면 전차가 다니고 있어 색다른 느낌이 들지만, 덕분에 터미널 앞에는 횡단보도 대신 육교가 있다.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오르락 내리락 했더니 금새 허기가 져, 숙소에 짐을 풀고 서둘러 주변 탐색을 시작했다. 다행히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오코노미야끼 하나 우사기 (お好み焼き 花うさぎ)' 라는 간판을 발견했다. 하나(花) 는 '꽃', 우사기(うさぎ)는 '토끼'를 뜻하는데 우리말로 하면 '꽃 토끼' 라는 귀여운 이름이 된다.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생맥주와 칼피스로 갈증을 달래다 보면 기본 안주인 오쯔마미(おつまみ)로 완두콩과 계란말이가 준비된다. 

 

나가사키의 야끼소바
나가사키에서 먹는 야끼소바

 

 

나가사키 하나 우사기의 오코노미야끼.

 

 

 

 

 

 

 

 

 

 

 

 

 

 

 

 

 

 

 

오코노미야끼에는 히로시마풍과 간사이풍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오코노미야끼를 처음 먹어보는 일행을 위해 보편적으로 알려져 있는 오사카풍의 오코노미야끼를 주문했다. 

 

 

우리가 주문한 야끼소바와 오코노미야끼를 정성스럽게 요리하고 있는 마스터의 모습을 담아 본다. 음식들이 너무 맛있다고 이야기하니 바쁘게 부엌을 오가던 마스터가 고맙다고 활짝 웃으며 대답한다. 한국에서 왔다는 이야기에 깜짝 놀라며 어디에서 일본어를 배웠는지, 나가사키에는 무슨 일로 왔는지 하는 질문이 이어졌다. 그러다 뒤의 테이블에 앉아 있던 여자 손님 두 분이 'ええ!韓国人?' 하고 특유의 리액션과 함께 한국의 드라마를 좋아한다며 이야기를 걸어왔다. 그 때부터 한국 음식과 한국 소주, 동방신기에서 방탄소년단까지 일본을 넘어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한국 아이돌의 활약에 이르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누게 되었다. 특히,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한국 남자들은 정말 다정하고 멋있습니까 하는 질문에 당황하기도 했다. 한류 드라마의 영향력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는 시간이었다. 대화가 무르익을 때, 한국에서 미리 준비해왔던 순하리 유자맛 소주를 선물로 드리면서 손님, 마스터와 함께 건배를 했다. 푸른 소주병의 색깔이 너무나도 예쁘다며 소녀처럼 좋아하면서 소주병을 챙겨가시던 모습, 답례로 가지고 있던 부채를 선물해 주셔서 더더욱 즐거운 기억을 남길 수 있었다. 헤어지면서 가게의 점원과 함께 일본에서도 인기 있다는 트와이스의 TT 손동작을 흉내내며, 도란도란 웃음꽃을 피우며 나가사키의 첫날밤을 마무리 했다.  

 

8-10 Dōzanmachi, Nagasaki-shi, Nagasaki-ken 850-0841, Japan

+81 95-828-2248

 

  1. 豚骨ラーメン, 돼지 뼈를 고은 하얀 국물을 베이스로 한 라멘.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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