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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맛/큐슈

[후쿠오카] 미노시마 호스텔 후타기 대나무 불빛과 산신(사미센)

by Kyolee. 2018.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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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을 자주 다녀왔지만, 그 중 가장 사랑하는 여행지는 단연 후쿠오카(福岡)이다. 김해공항에서 비행기로 약 40분, 부산항에서는 배로 약 3시간 가량 소요되기 때문에 부산 근처에 거주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시간적으로나 비용적으로나 참으로 합리적인 여행지가 아닐 수 없다. 

큐슈, 그 중에서도 후쿠오카를 가장 좋아하는 이유로는 첫째로 유후인이나 벳푸와 같은 온천지와 근접해 있어서 온천 여행을 하기 좋다는 점, 둘째로는 모츠나베, 미즈타키, 돈코츠 라멘과 같은 음식들을 본고장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 셋째로는 중심지인 쇼핑의 천국과도 같은 텐진과 하카타에서 마음껏 쇼핑을 할 수 있다는 점 등이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가장 좋은 점은 조금만 중심가를 벗어나도 한적하고 조용한, 말 그대로 사람사는 동네를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복잡한 도심 보다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의 여유로운 분위기를 느끼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하카타역에서 도보 18분 정도 떨어져 있는 미노시마(美野島, Minoshima) 라고 하는 한적한 동네를 소개하고 싶다. 

 

 

처음으로 호스텔을 (그것도 일본에서!) 가게 된 날. 하카타 역의 밝은 조명을 지나 왠지 어둑어둑해보이는 도로를 따라 미노시마를 향해 걸었다. 휴게를 할 수 있는 2층 공간이 있는 Family Mart 가 신기했다. 

 

 

호스텔이 있는 미노시마(美野島, Minoshima)에 도착하니 어찌나 배가 고프던지, 호스트에게 가까운 곳에 식당이 없냐고 물어서 온 '단란 이자까야 하나(団らん居酒屋はな). 회식을 하러 모인 회사원들부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커플들까지, 다양한 연령에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이 술과 음식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관광객들은 대부분 도심의 근처에서 숙박을 하는 듯, 미노시마의 이자까야에 외국인으로 보이는 사람은 우리 뿐이었다. 

카루피스 소다(Calpis Soda) 와 진져 하이볼 (Ginger Highball) 을 마시면서 주문한 음식을 기다려 본다. 접시 가운데의 초록색 채소는 언뜻 어슷썰기를 한 풋고추 같지만, 오쿠라(オクラ) 라고 하는 일본 채소. 썰어 놓은 단면은 별모양과 비슷하고 마, 낫또처럼 끈끈한 액이 있어 신기했다. 

 

 

감탄을 금치 못했던 사시미 샐러드. 입안에서 샤르르 녹는 두툼한 사시미가 샐러드와 함께 신선하고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이윽고 주문한 테바사키 (手羽先). 일본의 이자까야에 오면 꼭 주문하는 닭 날개는 간장에 조린 특유의 짭짤하고 달달한 맛과 바삭한 튀김이 어우러져 맥주 안주에 제격이다. 

 

 

생 와사비가 올라간 닭 안심과 소고기 꼬치. 다른 메뉴들도 모두 훌륭했지만 특히 입에 넣자마자 녹아버리는 와규와 와사비의 조합은 정말 탁월했다. 이 꼬치를 먹기 위해서 그 후로도 두 번이나 찾아갔다.

 

미노시마 호스텔 후타기 (Minoshima Hostel Futagi)

 

호스텔로 돌아와 1층에 마련된 작은 바에서 진저 에일과 콜라 하나를 주문했다. 평일인지라 관광을 온 투숙객보다는 호스트의 지인들과 이웃 주민들이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미노시마 호스텔 후타기 (Minoshima Hostel Futagi)

 

문득, Futagi 라는 호스텔 이름의 뜻이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두개의 나무라는 이름의 뜻이 대나무와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 이리저리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지만, 호스트는 본인의 이름이라며 친절하게 명함을 가져다 준다. 평범한 세일즈맨의 삶을 그만두고 세계일주를 하고 온 자신의 이야기가 적혀진 책 페이지를 보여주며. 세계일주를 하는 동안 여러 나라의 호스텔을 방문했다는 그는, 여행객들의 입장에서 안락하고 즐거운 공간의 호스텔을 만들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미노시마 호스텔 후타기 (Minoshima Hostel Futagi), Bamboo

 

은은하게 빛나는 이 대나무 조명이 호스트와 친구들이 직접 드릴로 제작한 것이라는 사실에는 정말 놀랐다. 큰 대나무를 드릴로 뚫는 작업이 꽤나 힘들었다고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는 그의 모습에서 내심 자부심과 뿌듯함이 느껴진다. 

 

미노시마 호스텔 후타기 (Minoshima Hostel Futagi)

 

또 한가지 시선을 끄는 것은 테이블 위에 놓여져 있던 방문객의 악기. 일본의 전통 현악기로는 샤미센(三味線) 이 유명하지만, 이 악기는 샤미센의 바탕이 되는 산신(三線) 이라는 오키나와의 전통 악기였다. 

 

미노시마 호스텔 후타기 (Minoshima Hostel Futagi), 산신(三振)

 

오키나와 출신인 호스트의 지인이 우리에게도 산신을 직접 만져보라며 건네 주었다. 이름 그대로 세 개의 현을 튀기며 연주를 할 수 있는, 어딘가 청아하면서도 구슬픈 소리가 나는 악기였다. 문득 '류큐 왕국의 가슴 아픈 역사' 와 같은 기사들이 떠올랐다. 오키나와 출신인 그는 초, 중, 고등학교 때 부활동으로 산신을 배울 수 있었다고 하며 이후에도 여러 곡들을 연주해 주었다. 

 

미노시마 호스텔 후타기 (Minoshima Hostel Futagi), 오키나와 전통주

 

우리가 방문했던 즈음은, 때마침 호스텔 후타기가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덕분에 호스텔의 오픈 축하를 위해 가지고 왔다는 오키나와의 전통주를 한 잔 나눠받는 행운이 함께했다. 여행의 첫날 밤을 더욱 낭만적으로 만들어 주었던 오키나와의 전통 악기인 산신 연주의 모습을 올리고 싶지만, 혹시나 불편할 지 모를 분들의 초상권이 염려되어 영상을 옮기는 것은 보류로 한다.

 

2 Chome-11-1 3 Minoshima, Hakata-ku, Fukuoka-shi, Fukuoka-ken 812-0017, Japan

+81 92-292-2225

http://hostel-futa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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