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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일본취업

비전공자, IT 취업 공부를 시작하다. 학원 등록, 그리고 좌절의 시간.

by Kyolee. 2021.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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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조사가 끝난 뒤 내린 결정은 바로 ‘일본 취업 연계형 IT 전문 학원’에 등록하는 것이었다. 국비 지원 학원이나, 국가에서 지원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많다고 들었지만 나에게는 단체 교육을 체계적으로 따라갈 만큼 충분한 시간이 없었다. 조금이라도 일찍 취업을 하고, 일단 경력을 쌓고 보자는 다소 무모한 생각을 했다. 물론 오랜 시간에 걸쳐 탄탄하게 기본기를 다져서 공부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에서의 취업활동 경험상 시간이 지날수록, 한 살 더 먹을 수록, 취업 시장에서 불리한 입장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학원 등록
네임벨류가 있는 큰 학원들은 주로 서울에 있지만, 지방에 살고 있는 나에게 다행히 ‘부산’ 이라는 선택지가 있었다. 그렇게 생각을 마치자 마자 부산에 있는 학원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좋은 강사진이 있고, 아웃풋이 좋고, 주말 수강이 가능한 곳을 찾았다. 6개월짜리 강의를 3개월 안에 들을 수 있도록 담당 학습 관리자(?)와 협상을 봤다.

전 3개월안에 모든 교육을 끝내고 포트폴리오 만들 수 있는 과정을 원합니다. 그 3개월 후에 바로 면접을 볼 겁니다.


6개월짜리 평일 수업을 3개월 짜리 주말수업으로 시간표를 짜고, 거기에 온라인 강의를 더하기로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디서 그런 근자감과 추진력이 나왔을까 싶다. 전문 학원이라서 그런지 학원비가 꽤 비쌌기에 살고 있던 원룸의 보증금을 담보(?) 로 친구에게 돈을 빌렸다. 지금에서야 든 생각이지만 일본 취업을 생각하는 분들이라면 꼭 비싸다고 좋은 강의는 아니니 본인이 사전에 충분한 시간을 들여 어떤 커리어를 쌓아나가고 싶은지 깊게 고민할 것을 추천한다.

일본 취업을 위해 비전공자인 내가 들었던 IT 수업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등록을 마치고, 이제는 전쟁같은 취업 준비 과정이 시작되었다. 평일은 대학원 과제와 졸업 논문을 하느라 쉴새없이 바빴기 때문에, 토, 일 주말을 오롯이 일본 취업을 위해 쓰기로 했다. 매주 주말이면 부산에 가서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강의를 들었다.
내가 수강했던 과목은 Python 기초, Python Jango 를 이용한 웹 구축, Java, Java Spring 과정이었다. 아무래도 웹 개발을 시작하는 게 비전공자인 내가 스타트하기에 가장 좋은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취업을 하는 데서도 유리할 것 같다는 판단에서였다.
Python 기초 과정은, 한 번이라도 코딩을 배워 본 사람이라면 굳이 학원에서 수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기본적인 알고리즘이나, Python 의 수식, 함수 등을 배우는데 온라인 강의로도 충분히 익힐 수 있는 정도의 수업이었다.
반면, Python 장고를 이용한 웹 구축은 도움이 많이 되는 수업이었다. Python 의 웹 프레임워크인 MVC 패턴부터 시작해서 배울 수가 있고, 모르는 것은 그때그때 질문도 하고, 실습 결과를 바로 피드백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 경우에는 개발에 대한 기본 감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갑자기 웹 프레임워크를 이해하려니 많은 애를 먹었었다. 알고리즘에도 친숙한 편이 아니었고, 네트워크나 통신에 대해서도 무지했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그러다보니 수업을 따라가지도 못하고 직접 코딩 실습을 할 때 엄청난 에러를 보고 낙담하면서 '이 길이 내 길이 아닌 것 같다' 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당시에는 수강료를 환불하면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도 했던 것 같지만, 어쨌든 울며 겨자먹기로 수업만은 착실히 들었다.

 

그래도 하면 된다
내가 여기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수업의 디테일이 아니라, 비전공자가 처음 강의를 듣게 되면 어려움을 느끼는 시기가 많다는 것을 꼭 각오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알고리즘을 쉽게 이해하고 수업 이해도가 빨라서 흥미를 갖고 프로젝트를 쭉쭉 진행해나가는 사람도 있다. 확실히 뛰어난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굳이 좌절할 필요는 없다. 나는 그 부류에 속하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그간의 강의들을 통해 웹 개발이 어떤 것인지, 어떻게 흘러가는 것인지 최소한의 감각 정도는 배울 수 있었다. 취업을 한다고해서 내가 처음부터 전체적인 것을 다 프로그래밍하지는 않을 테니까 너무 겁 먹지는 말자. 면접 때는 결과물과 나의 이해도가 중요할 수는 있겠지만, 개발 과정을 하나하나 다 알 필요는 없으니까. 그렇게 나는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3개월의 과정을 무사히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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