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9일. 꿈에 그리던 회사의 오퍼를 받고, 마침내 홀가분한 마음으로 퇴직과 이직을 준비하던 때였다. 나의 일본 생활에 많은 의지가 되었던 후배에게 그동안에 대한 고마움의 의미로 저녁을 사기로 했다. 이때가 아마 그때쯤이었을까, 도쿄의 코로나가 스멀스멀 우리들을 불안하게 만들었고 한국여행은 고사하고 일본 내에서 이동하는 것조차 걱정되는 일이었던. 그래서 더욱 매콤하고 향긋한 일본이 아닌 타국의 맛이 그리워지던 그 때. 구글과 타베로그, 네이버 검색, 등등을 통해 찾아낸 곳은 바로 '천리향' 이라는 가게였다.
연길요리점에서 양꼬치는 필수요. 꼬치 종류가 꽤 다양해서 일단 종류별로 주문해본다.
옆자리에서 먹는 새우 꼬치가 맛있어 보이길래 따라서 주문했다. 보기엔 괜찮았는데, 은근히 먹기 불편하고 딱딱해서 다음에는 그냥 양꼬치만 시키기로 했다.
기대하던 꿔바로우. 일본에는 중국집에서도 우리가 먹는 탕수육을 팔지 않는다. 대신, 스부타 (酢豚) 라고, 돼지 고기에 식초가 들어간 소스를 끼얹은 요리가 있는데 얼추 비슷하기는 하지만 한국에서 먹는 탕수육과는 거리가 멀다. 천리향은 연길 요리 전문점이라 우리에게 익숙한 맛과 비주얼의 꿔바로우를 팔고 있었다. 후배가 노래를 부르던 찹쌀 탕수육의 바로 그 맛! 겉바 속촉, 새콤 달달. 최고의 선택이었다.
이 날은 최종 오퍼를 받았기 때문에 기분도 좋았고, 술을 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걸 더 시켜보기로 했다. 제대로 된 마라탕을 먹어 본 적 없었기 때문에 마라탕을 주문했다. 나중에 한국에서 먹은 마라탕은 적당한 매웃 맛에 향이 가미된 마라탕이었다면, 천리향에서 먹은 마라탕은 혀가 얼얼하게 마비되는 느낌이었다. 이 맛이다, 이 맛에 마라탕을 먹는구나. 한국에서 먹었을 때도 맛있긴 했지만 천리향에서 느꼈던 정통 마라탕의 맛이 그리워진다.
한국에서도 꿔바로우와 양꼬치를 파는 곳이 많긴 하지만, 일본에서는 양꼬치 음식점을 정말 흔하게 볼 수 있는 것 같다. 아마 홋카이도 요리라는 인식이 있어서이기도 하고, 조선족이 경영하는 중국 음식점이 많아서인 것 같기도 하다. 아 참, 천리향은 우에노 뿐 아니라 이케부쿠로에도 체인점이 있는데 두 군데 다 방문해 본 결과, 둘 다 맛있었다. 일본에서 먹던 중화요리의 맛이 그리워지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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