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쿄리생각/다이어리59

이별, 고마운 사람들, 그리고 동경에서의 새로운 시작 한여름 밤의 꿈같은 짧은 시간이 지나고 가족, 친구, 그리고 모국과의 이별의 날이 다가왔다. 전날 밤에는 마지막으로 레오와 산책을 했다. 짧았던 시간 동안 이 녀석을 향한 애정은 넘쳐났는데 부지런하지 못한 성격 탓에 마음껏 놀아주진 못했었다. 아쉬운 마음에 마당 바위에 걸터앉아 몇 번이고 레오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이별을 아는지 모르는지 녀석은 천진한 그 눈으로 나에게 놀아달라며 흙 묻은 손을 어깨 위에 턱 턱 걸치고는 했다. 내가 일본으로 간다는 소식을 들은 친구들이 먼 곳에서 택배를 보내왔다. 대기업 식품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친구는 자기 회사의 소스와 라면 등등을 아이스박스로 한가득 담아 보내주었다. 이 친구 역시 올해부터는 해외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데, 본인 일로도 바쁠 텐데 굳이 잊지 않고 .. 2019. 9. 13.
벌써 그리운 한국 출국 7일 전. 잠시의 시간도 허투루 쓰지 않는 부지런한 엄마는, 아빠가 가게를 잠시 봐 준다는 말에 외갓집에 다녀오자며 나를 재촉했다. 솜씨 좋은 할머니의 장도 얻어 올 겸, 출국 전 인사를 할겸 부랴부랴 차를 타고 외갓집으로 향했다. 때마침 근처에 사는 사촌언니도 퇴근을 했다길래, 오랜만에 할머니, 사촌언니, 엄마, 그리고 내가 만났다. 구미에 있는 '외할머니가' 라는 식당에서의 저녁 한 끼. '저희 오늘 외할머니 모시고 외식 왔어요' 하는 말에 친절한 점원이 웃음과 함께 맞이해준다. 가격대비 양도 푸짐하고 맛도 좋아서 외할머니도 만족스러워했다. 더 미리 자주 모시고 왔으면 좋았을 걸. 떠나기 직전에서야 그런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구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사촌언니가 근처에 멋진 카페가 생겼다고 했는.. 2019. 9. 7.
도쿄에 잘 도착해서, 잘 지내고 있는 일상 어느새 일본에 온 지 일주일 째 되는 날이다. 지난 주 수요일, 엄마와 함께 정신없이 나리타 공항에 도착했던 일, 무거운 캐리어와 짐가방을 두세개씩 끌고 나리타 스카이라이너를 타고, 또 닛포리에 내려서 열쇠를 받고, 택시를 타고 쉐어 하우스로 이동했던 일. 엄마의 도움으로 겨우겨우 옷과 짐을 정리하고, 필요한 것들도 알차게 쇼핑하고, 짬을 내어 아사쿠사에도 다녀왔던 일.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장면 장면들이 고작 일주일도 안 된 일이라니, 첫 출근을 하고 고작 삼일밖에 되지 않았다니, 새삼 신기하고도 아련한 기분이 든다. 어느새 출근을 한 지 삼일 째이고, 이제 회사로 가는 열차는 지도를 안 보고도 탈 수 있다. (고작 두 역을 지날 뿐이지만) 일본에서의 생활은 아직까지는 무탈하다. 회사에서는 시간이 그렇게.. 2019. 9. 4.
머릿 속 정리를 위한 주절거림 할 일은 많고 시간은 없고. 짐 정리는 겨우겨우 끝나가는데 그저께 주문한 옷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고, 어제 주문한 화장품도 아직 도착하지 않았고, 당장 일본에서 며칠 동안 써야 할 유심은 오늘 오전에 급히 주문했고. 한국 핸드폰 유지를 위해 주문한 알뜰 통신사 유심은 오늘 도착 예정. 그리고 일본에서 입어야 할 여름/가을 옷을 EMS로 보내기 위해 우체국에 갔더니 오늘 보내면 내일 일본에 도착한단다. 나보다 택배가 더 일찍 도착할 확률이 높은데, 일본은 집에 받을 사람이 없으면 택배를 갖고 돌아가버리기 때문에 나중에 짐을 찾기 위해 다시 우체국으로 가야 하는 불편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운송장까지 써버린 12kg 남짓의 박스를 들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일본, 특히 도쿄는 2~3.. 2019. 8. 23.
불매 운동과 일본 취업자의 불편한 관계. 연일 '한일 관계'와 '불매 운동'으로 세상이 시끄럽다. 도로가에는 'NO JAPAN' 의 팻말이 즐비하고 더러는 커다란 현수막까지 걸려있는 경우도 있다. 오랫동안 염원해왔던 해외 취업에 성공하고, 출국을 준비중인 나를 줄곧 응원해주던 가족들도 내심 걱정하는 눈치다. 가족들과 주변인들에게 '일본 사람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 그다지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하고 적당히 둘러대기는 하지만,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나 역시 이런 상황이 불안하고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고등학교 때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를 처음 외웠던 것을 시작으로 나는 제2 외국어인 일본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한국과 비슷한 문법 체계와 초등학교 때부터 공부했던 익숙한 한자 덕분에 일본어는 제1 외국어인 영어보다도 훨씬 더 흥미롭고 쉽게 다가왔.. 2019. 8. 10.
반응형